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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드라마 보고 주식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 #돈쓸신잡

드라마는 질주, 주가는 후진?

프로필 by 조성준 2024.04.26
최근 한국 드라마 중 최고의 화제는 <눈물의 여왕>이다. 재벌, 시한부, 기억 상실, 계급을 넘어선 사랑. 다소 진부한 소재를 차용했지만, 이런 소재로도 계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K-드라마의 저력이다. <눈물의 여왕>은 무려 시청률 20% 이상을 찍으며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드라마 제작사 대박 났겠는데?' <눈물의 여왕> 제작사는 주식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막상 주가를 보니 드라마의 대박과 정반대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0% 이상 떨어졌다. 대표 작품의 시청률은 20%가 넘는데, 주가는 20% 떨어진 것이다.

드라마는 질주, 주가는 후진
위와 같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넷플릭스를 등에 업고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그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주식 시장에 상장한 국내 콘텐츠 기업 대다수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처참하게 고꾸라졌다. K-콘텐츠의 위상은 나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할까? 언뜻 생각하면 아이러니하지만, 여기엔 시스템적인 이유가 있다.

얼어붙는 텔레비전 광고 시장
물론 한 가지 원인만 있는 건 아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뒤엉켜 있다. 제작사마다 사정도 다 다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광고 시장 축소다. OTT 플랫폼 보급 여파로 TV 광고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일정 부분 제작비 지원을 받아 드라마를 만든다. 부족한 예산은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광고 영업을 해야 한다. PPL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경기 부진으로 광고 시장 자체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한국 드라마의 스케일이 커진 것 역시 부담 요인이다. 제작 비용이 무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K-드라마의 사정
그래서 이제는 제작사들이 방송국과 손을 잡지 않고 곧바로 글로벌 OTT와 협업하는 케이스도 많아졌다.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이다. OTT와 손을 잡은 제작사는 적어도 비용 부담은 없다. 국내 방송사와 다르게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모두 지원한다. 오히려 100% 이상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120%을 지원받는다면, 제작사 입장에선 무조건 20% 수익은 확보한 셈이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절대로 손해 볼 일은 없다. 문제는 대박이 났을 때도, 그것이 제작사의 대박으론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콘텐츠의 저작권 자체가 OTT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방송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으로 제작비 대비 수십 배 이익을 챙겼지만, 드라마 제작사는 미리 정해진 이익만 거뒀다.

드라마는 드라마, 현실은 현실
위와 같은 이유로 드라마는 초대박이 나도, 그것이 쉽게 제작사의 주가 호재로 이어지진 않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 살짝 과잉된 상태에서 '이 제작사는 무조건 대박이다!'라며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이다. 섣불리 베팅했다가 눈물의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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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지우
  • 글 조성준
  • 사진 tvN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