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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NEWS

“내가 나쁜 사람 같아?” 나이키가 던지는 물음

당신만의 승부욕을 재정의할 때.

프로필 by 전혜진 2024.07.22
승리를 향한 넘치는 열망과 당당한 마음가짐을 담은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의 한 장면.

승리를 향한 넘치는 열망과 당당한 마음가짐을 담은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 (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의 한 장면.

“나는 나쁜 사람인가? 어때, 정말 그래? 나는 한 길만 파고, 남을 기만하고, 집요하고, 이기적이지. 그런 내가 나쁜 사람인가? 내가 나쁜 사람 같아? 정말? 난 공감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 절대 만족을 몰라. 힘에 집착하고, 비이성적이고, 후회도 없지. 동정심 따윈 없어. 나는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이런 내가 나쁜 사람 같아? 말해 봐. 난 내가 가장 뛰어나다고 믿고 한번 쟁취한 것은 절대 놓치지 않아.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야. 내가 나쁜 사람일까? 어때, 정말 그래? 이런 내가 나쁜 사람인가?”

배우 윌렘 대포가 특유의 거칠고 집요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마치 영화 속 어떤 악인의 대사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독백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170만 조회수를 기록한 나이키의 ‘아무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Winning Isn’t for Everyone)’ 캠페인에 등장하죠. 르브론 제임스, 킬리안 음바페, 세레나 윌리엄스, 지아니스 아데토쿤보 등 전세계적으로 스포츠의 역사를 뒤흔든 선수들의 결의, 도전, 담대함이 굳건히 새겨진 얼굴들과 함께 교차되는 이 목소리는 우리에게 어떤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 ‘리그’에 던져지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겠느냐고.

실제로 이번 캠페인은 ‘이기고 싶지 않다면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선수들의 생각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나이키는 그간 수백명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왔죠. 코트 위의 황제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는 “농구 코트에 있는 한, 역대 최고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 선수 샤캐리 리처드슨(Sha'Carri Richardson)은 “패배의 순간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진다”고 했습니다. 또한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소피아 스미스(Sophia Smith)는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들려주기도 했던 것처럼요.

이 1분 남짓 영상을 두고 의견은 분분합니다. 나이키가 던진 질문에 ‘확실히 나쁜 사람이 맞다’고, ‘언급된 자질들은 인간답지 못하다’거나 ‘즐기지 않고 맹목적으로 승리만 추구하는 건 스포츠 정신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한 축을, 뒤이어 ‘경기 위에서 승리 이외의 감정을 품는 건 오히려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그에 맞섭니다. 열기는 확실히 뜨겁습니다. 이는 지난 1996년 나이키가 애틀랜타 격전을 앞두고 낸 캠페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대 최고의 농구 스타 리사 레슬리가 출연한 이 광고는 ‘은메달을 따는 게 아니라, 금메달을 잃는 것(You Don't Win Silver, You Lose Gold)’이라는 슬로건을 전개하며 널리 칭찬 받은 동시에 비판도 받았었죠. 어떤 사람들은 승리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드러낸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스포츠맨십의 부족이라 일컬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뜨거운 논의 자체가 어쩌면 나이키가 의도한 바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신은 이번 캠페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습니까? 확실한 건 이 뾰족한 목소리가 잠시 잊혀진 스포츠맨십에 대한 열망을 극도로 고취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의 표정은 불안과 흥분, 욕망과 열화 같은 일상 속 잠재워둔 감정을 끌어냅니다. 이 감정은 승부욕에 대한 저마다의 재정의를 촉발하고, 누구나 원한다면 승자가 될 수 있으며, 승리를 꿈꾸는 인간의 감정은 모두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죠. 꼭 자신과의 싸움을 앞둔 우리를 독려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마다 리그에서 승리를 향한 당당한 마음가짐과 넘치는 욕망 중 그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고. 알량한 동정에 자기 자신을 기만하지 않는 것, 승부에 그 어떤 핑계도 부여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죠. 영상에 달린 한 댓글은 이에 힘을 싣습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우십시오. 자비도 힘이기 때문입니다. 서 있으려면 힘이 필요하니까요.’ 문제적 목소리를 들려주는 듯하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캠페인은 승리와 인간다움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레나 윌리엄스와 에이자 윌슨, 이 여성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승리를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이니까.


당신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착한 사람이고 싶습니까? ‘승리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영감을 선사해 온 나이키는 그 50년의 전통을 이어 올여름 가장 뜨거울 파리의 격전을 앞두고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새롭게 질문을 던집니다.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선수들의 근성, 결단력, 희생을 위트 있게 전하면서요. 나이키 최고 마케팅 책임자 니콜 그레이엄(Nicole Graham)은 덧붙입니다. “이 캠페인은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직 형태도 갖추지 못한 유산들과 앞으로 실현될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승리를 갈망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고자 했죠. 나이키의 메시지는 항상 그래왔듯 선수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 나이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