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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Part 2. 황희찬이 최근 풋살 기술을 배우고 있는 이유

“요즘은 제가 하는 모든 게 축구를 위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 시즌 전의 짧은 휴식기에 만난 황희찬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에도,화보를 찍는 중에도, 심지어 지금 이렇게 앉아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궁극적으로 그의 마음은 축구를 하고 있다고.

프로필 by 오성윤 2024.07.19
컨스텔레이션 메테오리트 41mm 1400만원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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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모범적인 전교 1등의 생활 같았어요. 팀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집에 오면 트레이너와 함께 개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더 돌아보고, 식사할 때에도 오답노트 보듯이 경기를 챙겨 보고. 음식과 수면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요. 더딘 발전과 조바심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에게 희찬 씨가 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영국에서 뛰고 있고, 국가대표 선수고, 골도 많이 넣었고, 그렇게 마냥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고 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중간중간에는 저도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조급함도 많았고, ‘잘하고 싶다’는 압박감도 컸고. 그런 시기를 잘 버텨온 것뿐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런 힘겨움 앞에 의연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힘든 순간이 닥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척하다 보면 어느새 그걸 해내고 있어요.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저거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면 정말로 할 수 있게 되죠. 머리가 사람 몸을 지배하기 때문에, 그런 정신력을 잘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멘털 관리인 거죠.
방송에서는 혹독한 육체 훈련에 비해 멘털을 관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적었어요. 평소 어떻게 관리해요?
그때그때 달라요. 정말 힘들 때는 명상도 하고요. 스트레스를 풀 때는 청소로 마음을 다잡는 편이었죠. 그런데 그것도 집이 점점 더 커지면서 요새는 못 하게 되었고요.(웃음) 예전에는 혼자서 삭였다면 요즘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푸는 편이에요. 아까 얘기한 승현이 형(화보 촬영에 동행한 지인)한테 연락해서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 털어놓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다잡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데, 그게 시기마다 다를 수도 있거든요. 자기만의 방식을 잘 아는 것도 성장해나가는 데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지난 2월 아시안컵 8강 호주전에서 희찬 씨의 강심장에 많은 사람이 감탄한 순간이 있었죠. 대한민국이 1:0으로 뒤지고 있었고 후반전 추가 시간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는데, 희찬 씨가 키커를 하겠다고 나섰잖아요. 득점을 해서 축제 분위기가 됐지만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괜히 비난만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범하게 나선 거였어요.
제가 존경하는 선수들이 그런 중요한 순간에 나서는 모습들을 어릴 때부터 봐왔으니까요. 저도 어릴 때부터 늘 그렇게 해왔고요.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걸 반드시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저도 넣어서 다행이다 싶긴 하죠.(웃음)
스피드마스터 38mm 4920만원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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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돌파력이 좋아서 ‘황소’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데, 최근 외신에서 극찬하는 건 황희찬 선수의 ‘피니셔’로서의 능력인 것 같아요. 국내에서 흔히 말하는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는 부분이죠.
별명은 뭐가 됐든 저는 그냥 다 좋아요. 어떤 별명을 붙여주셔도 행복합니다. 지난 시즌은 그냥 ‘계속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게한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골을 넣을 때마다 더 넣고 싶어요.
골문 앞에서 보여주는 침착하면서도 기민하고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에 감탄하게 될 때가 많아요. 그건 훈련으로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일까요, 아니면 타고난 기개가 있어야 되는 부분일까요?
개인적으로는 경험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냥 계속 골문 앞에서 살았다 보니 그런 장면들이 더 잘 나오지 않나 싶고요. 갑자기 그런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출전 시간이 늘면서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더 많이 나오게 됐다고 생각해요.
브렌트퍼드 원정 경기에서 보여준 10호 골, 소위 ‘네이마르 빙의 골’이 지난 시즌의 하이라이트로 많이 꼽혔죠. 멋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말 예상 밖의 움직임이었어요.
(그런 순간들을 위해서) 지금도 계속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고 있어요. 요즘은 풋살 기술을 주로 배우고 있는데, 사실 평생 한 번이라도 그걸 실제 경기에서 쓸 일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죠. 정말 그래요. 하지만 적절한 상황이 왔을 때 그런 걸 내놓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하는 거예요.
만약을 대비해 배워놓은 게 그렇게 긴박한 순간에 나온다는 것도 놀라운 얘기인데요.
그만큼 몸에서 자동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나오게끔 연습하는 것까지가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43.5mm 1400만원 오메가.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43.5mm 1400만원 오메가.

기본적으로 윙 포워드 포지션이지만 가끔 팀 상황에 맞춰 최전방으로 나오잖아요. 어디가 제일 편할지, 혹은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포워드였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윙을 봤죠. 이제는 가운데에서 뛰어도 좋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사이드에서 뛰어도 좋고, 다 편해요. 그렇게 옵션이 많은 선수라는 점도 제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고요. 사실 저는 선수들의 실력이 어떤 면에서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의 전술에 맞는 스타일에 따라 갈리는 거죠. 물론 디테일 차이도 있겠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를 계속 뛰면서, 프로 레벨에서는 정말 스타일의 차이가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거죠. 운도 정말 중요하고요. 좋은 실력과 기술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하고, 스타일이라든가 운이라든가 모든 것이 딱 들어맞아야 최고의 리그에서 잘 해낼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운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긴 하죠. 좋은 시기에 적합한 팀과 감독을 만나지 못한다거나, 개인사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다거나, 관리로 예방할 수 없는 부상을 당한다거나….
맞아요. 운의 작용이 생각보다 정말 커요. 제 생각에는 프로 리그에서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요건의 50% 이상이 운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각자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게 보면 운동선수가 참 외로운 직업이에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제임스 본드 탄생 60주년 기념 씨마스터 다이버 300M 42mm 1210만원 오메가.

제임스 본드 탄생 60주년 기념 씨마스터 다이버 300M 42mm 1210만원 오메가.

울버햄튼은 지난 시즌 개막을 3일 앞두고 감독이 바뀌는 일을 겪었죠. 새로 온 게리 오닐 감독은 초반에 황희찬 선수를 잘 활용하지 않기도 했고요.
그게 사실 어떻게 된 거냐면, 그냥 감독님이 선수들 누가 누군지 잘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갑자기 오셨으니까요. 그래서 그나마 아는 선수들이나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용한 거죠. 그래서 저도 그렇게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마음 편하게 받아들였죠. ‘어 그래? 그럼 난 내 거 그냥 하고 있으면 되겠다. 그러다 보면 알아보겠지.’ 실제로 그렇게 제 거 하고 있으니까 잘 풀렸고, 그 후로 잘 봐주셨고요. (황희찬은 두 번째 경기였던 브라이튼전의 후반 10분에 처음 투입되어 팀의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사실 감독님이 제일 힘드셨을 거예요. 그래도 정말 똑똑한 분이고 팀도 빠르게 잘 만드셔서 지난 시즌 그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지 않나 싶고요.
특히 지난 시즌 리그 29경기 12골 3도움으로 개인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남겼죠. 그 앞에서 지금까지의 노력을 더듬어보게 되던가요, 아니면 미래를 더 많이 그리게 되던가요?
미래를 그릴 때가 훨씬 많죠. 제가 워낙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편이에요. 과거를 더듬는 건 그야말로 체크하기 위해서만 하는 거죠. 좋았던 점은 더 좋게, 부족했던 부분은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실 지난 시즌 성적이 그렇게 좋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 아무리 잘 뛰어도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성공적이지 못한 시즌’이라는 얘기가 나올 거거든요. (과거를 돌아보기보다) 빨리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야죠.
확실히 국내외 온갖 매체들이 다양한 앵글로 황희찬 선수의 지난 시즌 성적을 축하했었죠. ‘박지성의 기록을 뛰어넘었다’든가 ‘팀 최고액을 받아야 할 선수’라든가. 조금 들뜨지 않을 수 없겠어요.
사실 이제는 그런 부분에 일일이 들뜨지 않을 만큼 알아서 멘털 관리가 되고 있어요. 지난 시즌보다 잘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런 마음을 유지하는 건 늘 해오던 일이에요. 이제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늘 하던 것처럼 이렇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Credit

  • FASHION EDITOR 임건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HYEA W. KANG
  • STYLIST 박지영
  • HAIR & MAKEUP 장해인
  • ASSISTANT 김정호/신동주
  • ART DESIGNER 김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