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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빵빵이의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

230만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빵빵이의 일상>의 평균 조회 수는 약 650만이다. 올리는 족족 높은 웃음 타율을 기록하는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빵빵이가 만들어지는 ‘B2ANG 스튜디오(더그림 엔터테인먼트의 사내 독립 기업)’를 찾아 4명의 제작자를 만났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4.07.26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업팀 이도현, 편집팀 허영현, 배경팀 강민주, 애니메이션팀 윤준식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업팀 이도현, 편집팀 허영현, 배경팀 강민주, 애니메이션팀 윤준식

유튜브 <빵빵이의 일상>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도대체 이런 스토리는 누가 짜는 거냐’는 반응이 많아요.
(허영현, 윤준식, 강민주 모두 입을 모아) 저희도 그게 궁금해서 회사에 들어왔어요.(웃음)
이도현 사업팀(이하 이) 저는 반대예요. 입사하기 전까지 빵빵이를 전혀 몰랐어요.
허영현 부팀장(이하 허) 질문엔 제가 답변하는 게 좋겠네요. 스토리는 이주용 작가님이랑 보조 작가 두 분이 짜요. 가끔 저희랑 의논할 때도 있지만요. 스토리가 나오면 애니메이션팀과 배경팀이 달라붙어 작화 작업을 시작하죠. 2~3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꼬박 2주 정도 걸려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윤준식 애니메이션팀(이하 윤) 작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어요. 빵빵이가 언뜻 보면 그리기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거든요.
예를 들면 빵빵이의 머리가 그냥 동그랗지 않고 꽤 찌그러져 있거든요. 근데 그게 아무렇게나 찌그러진 게 아니라 일정한 규칙이 있어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빵빵이가 움직였을 때도 당연히 그 규칙이 유지되어야 하고요. 처음 입사한 애니메이터들이 그 미묘한 톤을 맞추는데 꽤 애를 먹더라고요.
강민주 배경팀(이하 강) 배경도 3D 배경을 도입하면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어요. 실사를 기반으로 하되 빵빵이 세계관에 맞도록 변형해야 하죠. 퀄리티 높은 배경을 구현하면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침범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아요.
예전에 비해 업로드 주기가 길어진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주용 작가님이 생각하는 ‘웃음의 기준’이 높아요. 완성 직전까지 갔다가 폐기한 케이스도 꽤 있을 정도로요.
빵빵이 열성팬들이 우스갯소리로 ‘(제작팀을) 어디에 가두어 놓고 그림만 그리게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걸 알아요. 저 스스로도 빵빵이의 팬이라 빨리 완성된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이고요. 저희 모두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입사 과정이 독특한 분도 계시다고 들었어요.
아마 제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제가 브라질에서 태어나 인생의 절반은 브라질에서 살았거든요. 그러다 취업을 위해 한국에 와서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빵빵이와 연이 닿았어요. 전부터 빵빵이를 알고 있긴 했지만 제가 직접 일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죠.
저는 군 복무 중에 이주용 작가님을 알게 됐어요. 당시에 제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까 저희 중대장이 작가님을 연결해줬어요. 개인적으로 두 분이 친했나 봐요. 그래서 편하게 작업실에도 놀러 가고 만화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렇게 같이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온라인상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열린 팝업 스토어도 성황을 이뤘죠. 일본 진출 소식도 들리고요. 콘텐츠 이외의 일로도 바쁠 것 같아요.
저번 팝업은 온라인에 존재하는 빵빵이 세계관을 현실에서 체험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빵빵이의 장난감인 끼꼬들의 세상에 관람객이 들어갔다는 콘셉트로, 큰 구조물들을 설치하고 대형 에어팟에서 빵빵이와 옥지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하는 등 빵빵이만의 매력을 살릴 수 있도록 구성했죠. 일본 진출은 소니와 손잡고 추진 중입니다. 도쿄 하라주쿠의 ‘라포레’ 백화점에서 7월 중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요. 하라주쿠의 유명 소품숍 ‘키디랜드’에서도 빵빵이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에요.
콘텐츠는 기존 영상을 더빙 혹은 번역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 같아요.
더 먼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도 있나요?
사업팀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요. 빵빵이 IP를 이용해 극장판을 만드는 거죠. 최소 2~3년은 잡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일이죠. 그동안 캐릭터를 이용한 비즈니스는 여럿 있었지만, 빵빵이는 결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캐릭터 IP 산업에서 또 다른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동안 작업한 에피소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걸 꼽는다면요?
‘골목의 전설’ 편이요. 그 편을 만들 때 저를 비롯해 팀 전체가 고심을 많이 했거든요. 영상편집팀도 마찬가지고요. 뭔가 칼을 갈고 만들었다는 기분이 든 작품이었어요. ‘퀄리티가 좋아졌다’는 댓글도 많이 달려서 더 뿌듯했고요.
저는 ‘빵빵이와 옥지의 끼꼬랜드’요.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라서 배경 그릴 게 엄청 많았어요. 놀이기구의 움직임이 생동감 있게 보이고 싶어 3D 작업에 주력했죠. 입사하고 처음 참여하는 팝업 관련 콘텐츠라 신기하면서도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작업을 위해 참고하는 작품이 있나요?
딱히 레퍼런스라고 말할 만한 작품은 없어요. 그때그때 필요한 작업에 따라 몇몇 작품을 참고하는 정도죠. 액션같이 역동적인 장면을 그려야 할 땐 실제 영상을 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옥지가 날아차기 하는 걸 그릴 땐 레슬러가 ‘드롭킥’ 하는 영상을 찾아 계속 돌려 보는 식이죠.
‘빵빵이의 아버지’ 이주용 작가에 대한 관심도 많더라고요. 지금도 직접 작화에 참여하시나요?
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빵빵이가 유명해지고 나선 이주용 작가가 실무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저희 중에 작가님의 업무량이 제일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사업적으로도 작가님 의견을 따를 때가 많아요. 물론 사업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합의점을 찾는 게 제 일이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점에 작가님 없이는 안 돼요. 빵빵이 세계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니까요.
이번에 <에스콰이어>와 협업해서 여행용 캐리어를 만들었어요. 다른 제품이 아닌 캐리어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여름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메인 테마로 바캉스를 잡게 됐어요. 바캉스에서 캐리어가 나왔고요. 앞으론 PB 상품뿐만 아니라 라이선싱 상품도 확대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에스콰이어>와 좋은 작업이 된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귀엽고 웃긴 빵빵이와 옥지가 아니라 힙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MZ에 어필하는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것에도 욕심이 있어요.

Credit

  • PHOTOGRAPHER 조혜진
  • HAIR & MAKEUP 권호숙
  • ART DESIGNER 박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