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하이퍼캐주얼' 게임이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간단한 조작을 통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장르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포화되며 점차 성장세가 둔화됐습니다. 그러자 하이퍼캐주얼 게임에 다른 요소를 섞은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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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캐주얼 장르의 게임은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장했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간단한 조작을 통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장르다.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게이머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쉬운 조작은 게임에 적극적이지 않던 이용자도 빨아들였다. 그러면서 이 분야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에도 줄줄이 성공했다.

하지만 성장세는 곧 둔화됐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18~2021년까지 증가하던 하이퍼캐주얼 게임 앱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6% 감소하며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모델과 과도하게 간단한 구조로 리텐션(잔존율)이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의 60일 기준 리텐션은 1% 수준에 그쳤다.
게임 스타트업의 생존법... '하이브리드 캐주얼'이 뜬다[긱스]

떠오르는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캐주얼 게임의 약점을 보완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장르가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이다. '단순함'을 키워드로 내세운 하이퍼캐주얼 장르에 약간 더 정교한 미드코어 스타일의 게임 구조를 접목한 형태다. 수익구조 역시 광고에 인앱결제(IAP)를 결합해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게임 플레이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광고 비중을 줄여 이용자 경험도 개선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탕탕특공대'다. 싱가포르 게임 제작사 하비가 내놓은 이 게임은 슈팅 형태로 캐릭터의 이동만 조작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을 채용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인앱결제를 통해 이 회사가 얻은 누적 수익은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가 넘는다. 탕탕특공대는 올 상반기 전세계 게임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 같은 방치형 요소를 포함한 장르도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된다. 사실 간단한 조작과 짧은 플레이 시간에 RPG, FPS, 슈팅, 시뮬레이션 등 다른 요소가 혼합되면 넓은 의미에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다.

게임 스타트업들은 이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에 집중해왔지만 장르를 다변화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스타트업 알로하팩토리는 설립 초기 '키스 인 퍼블릭' 같은 단순한 게임 안에 영상 광고를 붙이는 방식의 수익구조를 만들었지만, 이후 미드코어 장르로 무대를 넓혔다. 지난해엔 '드래곤 아일랜드'나 '몬스터 하우스' 같은 게임을 내놨고, 방치형 아케이드 게임인 '헬 매니저'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60억원을 유치했다.

111퍼센트의 자회사인 슈퍼센트는 지난해 시드(초기) 라운드에서 이례적으로 16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회사의 주력 게임인 '버거 플리즈!'는 지난 2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39개 나라에서 게임 순위 '톱 10'에 진입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6000만 건이다. 아케이드 아이들 장르의 하이퍼캐주얼 게임에 방치형 요소를 섞었다. 회사 측은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하이퍼캐주얼에 여러 요소를 섞은 게임성을 갖춘 게 글로벌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슈퍼센트의 '버거 플리즈!'
슈퍼센트의 '버거 플리즈!'

키워드는 수익구조&게임 경험 다변화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수익구조의 다변화다. 인앱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앱 내 광고 시청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이용자에게 추가 보상을 주는 대신 세션 당 4~5개의 광고만 표시한다. 광고 비중은 50% 정도로 낮췄다. 그러면서도 하이퍼캐주얼의 간단함은 유지해 제작비용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센서타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억달러 수준이던 모바일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 시장의 수익은 지난해 9억74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공준식 슈퍼센트 대표는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서 광고를 시청하는 '리워드형 광고'와 인앱결제 상품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사업모델이 핵심"이라며 "잘 작동하는 BM을 만들기 위해선 기존 중독성 있는 하이퍼캐주얼의 게임성에 더해 리워드 광고 시청이 필요하도록 이용자의 니즈를 만들고, 이를 통해 광고 시청을 '의미 있게'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센서타워
사진=센서타워
또 '유저 경험'을 한층 강화한 것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게임성에 비해 이용자가 머무르는 시간이 짧은 편이었다. 광고 시청이 강제되는 점도 이용자를 붙잡아두지 못했다. 하이브리드 캐주얼은 대신 다양한 요소를 넣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풍부한 경험을 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광고 이외의 인앱결제 등을 통한 비용 지출 동기도 늘어났다.

센서타워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권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의 평균 플레이 시간은 372초였고,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212초였다. 3분, 10분 이상 플레이한 이용자의 비중도 하이브리드 캐주얼은 63%와 37%였지만 하이퍼캐주얼은 각각 47%와 23%에 그쳤다. 60일 기준 리텐션도 하이퍼캐주얼게임에 비해 9배나 높았다.

이 보고서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으로 탈바꿈시키는 절차를 6단계로 정리했다. △시장성과 참여 잠재력을 강화하고 △A/B테스트를 통한 생애가치 최적화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메타 게임 심화 △전략적 인앱결제 통합 △주요 지표 모니터링 △정기적인 콘텐츠 최적화 등이다.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앱 설치당 비용(CPI)은 계속 상승하고 광고 1000회 노출당 수익(eCPM)은 줄어드는 등 시장 상황이 어려워졌고, 이런 환경이 유지되는 한 게임의 생애 가치(LTV)를 높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캐주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며 "단순 유행 정도를 넘어 새로운 서브 장르로서 자리잡고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email protected]